
PCOS(다낭성 난소 증후군, Polycystic Ovary Syndrome)는 가임기 여성의 약 5~10%에서 나타나는 흔한 내분비 질환이자, 여성 난임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입니다. 진단을 받은 분들 중 많은 분이 "그래서 나는 임신을 못 하는 건가요?"라는 걱정을 가장 먼저 하십니다. 오늘은 PCOS가 임신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배란이 제대로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 그리고 임신을 준비하는 분들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생활습관 관리에 대해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PCOS일 때 임신이 어려운 이유
① 불규칙한 배란 — 가장 근본적인 문제
임신이 이루어지려면 난자가 규칙적으로 배란되어야 합니다. 정상적인 생리 주기는 시상하부 → 뇌하수체 → 난소로 이어지는 호르몬 분비 축이 정교하게 작동해야 유지됩니다. 그런데 PCOS에서는 이 호르몬 축이 교란되어 LH(황체형성호르몬)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고, 이로 인해 안드로겐(남성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됩니다. 결과적으로 난포가 초기 단계에서 성장을 멈추고 배란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난소에 작은 낭종처럼 쌓이게 됩니다.
배란이 드물거나 아예 없으면(희발배란 또는 무배란) 임신이 가능한 '기회' 자체가 현저히 줄어듭니다. 생리가 2~3달에 한 번 온다면, 1년에 임신을 시도할 수 있는 주기가 정상 여성의 절반도 안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PCOS 여성에서 임신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생리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배란이 있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배란 없이도 자궁내막이 탈락하며 출혈이 생기는 무배란성 출혈이 PCOS에서 흔히 나타납니다. 생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하기는 어렵습니다.
② 난자의 질 저하
배란이 일어나더라도 PCOS 환경에서 성숙된 난자는 질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 인슐린 저항성: PCOS 여성의 상당수(체중과 무관하게)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나타납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있으면 혈중 인슐린 농도가 높아지고, 이것이 난소를 자극해 안드로겐 과분비를 더욱 촉진합니다. 높은 안드로겐 환경은 난포 내 난자가 정상적으로 성숙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 만성 염증 및 산화적 스트레스: PCOS는 단순한 호르몬 불균형을 넘어 만성 염증 상태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난자의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저하시키고, 수정 능력을 떨어뜨리며, 염색체 이상(비분리 오류 등) 빈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③ 자궁내막 이상 — 착상이 어려운 환경
난자가 수정에 성공해도 자궁내막이 배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착상에 실패합니다.
PCOS에서는 배란이 없거나 드물기 때문에 프로게스테론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습니다. 프로게스테론은 에스트로겐에 의해 두꺼워진 자궁내막을 '착상에 적합한 상태'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프로게스테론 분비가 부족하면 자궁내막이 수정란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태가 되고, 착상 실패로 이어집니다. 또한 에스트로겐의 지속적인 자극을 프로게스테론이 견제하지 못하면 자궁내막이 과도하게 증식하는 자궁내막증식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④ 인슐린 저항성이 임신 중에도 문제가 됨
인슐린 저항성이 동반된 PCOS 여성은 착상 이후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자궁내막으로의 혈류가 저하되고 태반 형성 과정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PCOS 여성은 임신 중 임신성 당뇨 위험이 약 41%, 임신 중 고혈압 위험이 약 32%, 조기분만 가능성이 약 25% 더 높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는 임신 전 인슐린 저항성 관리가 왜 중요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정리하자면, PCOS가 임신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임신 불가능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적절한 진단과 치료, 생활습관 관리를 통해 많은 PCOS 여성이 자연 임신 또는 배란유도를 통해 건강한 임신에 성공합니다.

2. 내 배란, 제대로 일어나고 있을까? — 배란 장애 확인 방법
PCOS가 있다면 실제로 배란이 일어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요 검사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질 초음파를 통한 난포 모니터링 (가장 정확한 방법)
산부인과에서 시행하는 질 초음파 난포 추적 검사가 현재 배란 여부를 확인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정확한 방법입니다.
월경 시작 후 11~12일째부터 매일 또는 격일로 초음파 검사를 통해 난소 내 난포의 크기와 성장을 관찰합니다. 정상적인 배란 주기에서는 지배 난포(dominant follicle)가 점점 커져 약 18~24mm 정도에 이르면 LH 급등(LH surge)과 함께 배란이 이루어지고, 이후 초음파에서 난포가 소실되며 황체가 형성됩니다.
PCOS에서는 이 지배 난포의 성장이 멈추거나, 여러 개의 난포가 일정 크기(보통 10mm 미만)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되는 소견이 관찰됩니다. 이를 통해 실제 배란 여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② 혈중 프로게스테론 검사 (보조적 확인)
배란이 이루어지면 빈 난포 자리에 황체(corpus luteum)가 형성되고, 황체에서 프로게스테론이 분비됩니다. 따라서 배란 후 프로게스테론 수치를 측정하면 배란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검사 시기는 배란 후 약 7일째, 즉 생리 예정일로부터 약 7일 전(황체기 중반)이 적합합니다. 생리 주기가 28일이라면 21일째, 35일이라면 28일째에 채혈합니다.
결과 해석은 다음과 같이 이해하시면 됩니다:
| 3 ng/mL 미만 | 배란이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음 (무배란 의심) |
| 3~10 ng/mL | 배란은 일어났으나 황체 기능이 약할 수 있음 (황체기 결함 가능성) |
| 10 ng/mL 이상 | 정상 황체 기능 — 착상과 초기 임신 유지에 적합한 수준 |
다만 이 수치 해석은 검사 기관과 검사 방법에 따라 기준값이 다를 수 있으므로, 결과는 반드시 담당 의사와 함께 해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③ 배란 테스트기 (가정에서 보조적으로 활용)
약국에서 구입 가능한 테스트기(배란 예측기)는 소변 내 LH 급등을 감지해 배란 예정일을 예측하는 도구입니다. 그러나 PCOS에서는 기저 LH 수치 자체가 높게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 위양성이 자주 나타납니다. 매일 양성 반응이 나오거나, 결과가 불규칙하게 반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배란 테스트기만으로 PCOS의 배란을 확인하는 것은 신뢰성이 낮을 수 있으며, 초음파 검사나 프로게스테론 혈액 검사와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3. 생활습관 관리가 먼저입니다
PCOS의 치료 목표 중 1순위는 약물이 아니라 생활습관 개선입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주요 의료기관이 모두 생활습관 개선을 모든 약물 치료 이전에 시행해야 할 기본 치료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① 체중 관리
과체중이나 비만을 동반한 PCOS 여성에서 5~10%의 체중 감량만으로도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고, 안드로겐 수치가 낮아지며, 자연 배란이 회복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클로미펜 같은 배란유도제를 쓰기 전에 먼저 시도해야 할 일차적 치료입니다.
단, 정상 체중의 PCOS 여성에게 체중 감량이 주된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자신의 상태에 맞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② 식이 관리 — 혈당·인슐린 조절 중심
인슐린 저항성이 PCOS의 핵심 기전 중 하나인 만큼, 혈당과 인슐린 수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식단이 중요합니다.
- 정제 탄수화물(흰쌀, 흰 밀가루, 설탕이 많은 음식)과 고당지수 식품의 섭취를 줄이세요.
- 통곡물, 채소, 단백질, 건강한 지방이 균형 잡힌 저혈당지수(Low GI) 식단을 기반으로 합니다.
- 규칙적인 식사 간격을 유지해 혈당 스파이크를 방지합니다.
③ 규칙적인 운동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인슐린 민감도가 개선되고, 체중 유지에도 도움이 됩니다. 주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빠른 걷기, 수영, 자전거 등)이 일반적으로 권고됩니다.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스트레스 호르몬을 높여 배란을 억제할 수 있으므로, 강도 조절이 중요합니다.
④ 스트레스 관리와 수면
만성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수치를 높여 생식 호르몬 분비 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PCOS는 우울증과 불안 발생률도 높으므로, 정신건강 관리도 치료의 일환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수면의 경우, PCOS에서 수면무호흡증 발생률이 높아 수면의 질이 저하되기 쉬우므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무리하며
PCOS는 완치가 아닌 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 만성 내분비 질환입니다. 임신을 어렵게 만드는 여러 기전이 있지만, 적절한 치료와 생활습관 관리를 통해 많은 분들이 원하는 임신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배란유도 치료를 받은 PCOS 여성의 임신율은 PCOS가 없는 여성과 유사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몸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생리가 불규칙하거나 임신이 잘 되지 않는다면, 질 초음파와 황체기 프로게스테론 검사로 배란 상태를 확인하고, 생활습관 개선을 기반으로 의사와 함께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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